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파라노말 엑티비티3 리뷰


  
<파라노말 액비티티 2>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또 할리우드의 고질병이 발동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티끌만큼의 제작비로 태산에 버금가는 수입을 벌었으니 속편에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합니다. 할리우드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죠. 저는 속편을 제작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꼽던 게 아닙니다. 단지 그것도 영화를 봐가면서 욕심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1편은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무대로 끌어들임과 더불어 페이크 다큐임을 내세운 것이 큰 이점을 안겨줬습니다. 소수의 확률이나마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심어준 것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1편에서 사장시켰어야 할 전략입니다. 속편을 이어간다면 관객은 더 이상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습니다.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어 전편과 비교해도 그럴 확률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속편을 제작하겠다고 고집한다면, 그건 그냥 처참하게 무너졌던 <블레어 위치 2>의 길을 답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거의 전편의 유산만 물려받아서 나온 인스턴트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신선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기댈 곳이라곤 아직도 페이크 다큐가 먹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전부였습니다.
이랬던 마당에 <파라노말 액티비티 3>까지 나온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2>가 흥행에서 제법 성공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희박한 줄 알았던 가능성이 의외로 아주 컸던 것이죠. 그러나 흥행과는 별개로 영화의 완성도나 흥미가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굳이 <파라노말 액티비티 3>를 만들려고 하는 게 의아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건 여느 시리즈처럼 단물이 쏙 빠질 때까지 씹다가 버리겠다는 건데, 막상 극장에서 만난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의외의 일격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후덜덜한 공포였습니다.
때는 호돌이가 전성기를 맞았던 1988년. 1, 2편에 등장했던 케이티와 크리스티의 어린 시절입니다. 그러니까 2편이 1편의 프리퀄이었던 것처럼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2편의 프리퀄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사실 직접 보기 전에 가졌던 가장 큰 의구심은 "더 이상 내세울 게 있겠어?"라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도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앞선 두 편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결말부와 일부 설정을 제외하면 주된 이야기가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그걸 카메라로 촬영하려 하고, 이상현상이 카메라에 잡히고, 블라블라블라~ 다 그대로입니다.
  
 
이 시리즈가 프리퀄을 고집하는 것도 결국 무엇을 보여주려는 건지를 공표하는 셈입니다. 1편에서 케이티에게 씌어 미카를 죽였던 공포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죠. 고로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2편부터 시작됐던 여행이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신선함은 2편에서 더 떨어졌습니다. 리얼리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중반부가 지나면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분 좋을 때가 머리를 쓴 흔적이 엿보일 때인데, <파라노말 액티비티 3>가 그랬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3>의 감독인 헨리 주스트와 아리엘 슐만은 2편을 꼼꼼히 분석했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인지 두 사람은 이 영화의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바로 더 이상 리얼리티를 조성하고 그것을 이용해 관객에게 공포를 전달하는 건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마치 거기에는 미련이 없다는 듯이 <파라노말 액티비티 3>에서 리얼리티를 더하려고 애를 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해봤자 가증스럽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교훈을 남긴 걸 보면 2편도 영 쓸모없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대신에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공포의 강도를 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와일드 카드가 다 탄로 난 마당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이것뿐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유산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닙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본격 공포영화를 지향하되 근간은 어디까지나 원류에 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일상적 공포의 요소인 '블러디 메리'를 동원한 것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3>가 가진 온고이지신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런 기본을 바탕으로 해서 헨리 주스트와 아리엘 슐만은 영민한 두뇌를 뽐냅니다.
  
 
촬영지로 쓰인 집을 헌팅한 것과 그 집을 활용하는 면에서부터 두 사람의 연출력은 돋보입니다. 여기에서도 이들이 철저한 분석을 거쳤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2편이 범한 오류를 버리고 다시 집 안으로만 공간을 한정 짓고 있습니다. 1편과 달리 2편의 경우에는 밖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공포의 범위를 늘리려고 했지만 외려 역효과만 커졌습니다. 관객의 신경이 흐트러지면서 몰입 또한 약해졌던 탓입니다. 이것을 간파한 헨리 주스트와 아리엘 슐만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3>의 배경을 다시 집 내부의 폐쇄된 공간으로 택했습니다.
동시에 그 공간을 일부 열어두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파라노말 액티비티 3>에는 두 개의 방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케이티와 크리스티의 방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님의 방입니다. 전편과 동일하게 거울을 활용해 물리적인 공간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공포를 가중시키는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아울러 숱한 공포영화에서 등장하는 거울의 기능도 겸하고 있습니다. 케이티와 크리스티의 방은 아예 한쪽이 계단과 연결되어 물리적으로 열린 공간입니다. 카메라는 그렇게 열린 공간을 응시하는 한편으로 앵글 밖에 모종의 장치를 두면서 또 하나의 공포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 3>의 영리함이 돋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팬이 가능하도록 수제작한 카메라의 역할입니다. 극 중에서 자매의 엄마는 웨딩 비디오 촬영기사인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카메라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처음에 카메라를 두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포착하려고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고요. (그러라고 이런 직업으로 설정했겠죠) 그런데 한데 이어진 거실과 주방은 공간이 넓어 하나의 앵글에 다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고자 그는 선풍기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극 중에서 거실과 주방을 번갈아 향하며 다 찍는 데도 성공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럼으로 인해서 관객에게 엄청난 심리적 공포를 안겨주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극장 내 관객들은 화면이 이 카메라의 시점으로 변하면 다들 탄식을 내질렀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일일이 설명 안 해도 상상이 되시죠? 조잡하지만 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는 수제작 카메라는 전 시리즈를 통틀어 관객을 압박하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결말이 엉성하고 황당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지면서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시리즈 최고의 공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결말부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노골적으로 속편의 제작을 예고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이어갈 이야깃거리는 남아 있습니다. 언급되지 않은 케이티와 크리스티의 친부의 행방을 끌어들일 여지도 있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3>와 1편의 연결고리가 미약합니다. 이것을 제대로 가다듬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든다면 <파라노말 액티비티 4>의 제작을 한번 기대해봄 직합니다. 간사하게도 영화가 재미있으니 속편을 기대하게 되네요.
                            ★★★★
덧)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편에는 예고편의 일부 장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이것이 모든 공포의 근원인 줄 알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중반부에 접어들면 실체가 무엇인지 서서히 밝혀져서 불필요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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