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최대의 위기, "샌드맨 9 : 친절한 그들"
Posted at 2009/08/14 19:30 // in 일반 그래픽노블/그래픽노블 리뷰 // by 아로니안
[샌드맨 9 : 친절한 그들] 이 출판되었습니다. 매우 늦은 소식이었는데요, 책을 읽다보니 소식도 늦게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딱 받아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매우 길다" 였습니다. 지금껏 출판된 샌드맨 작품 중 가장 거대하며, 8권의 3배나 4배 정도 되는 두깨인데다가 왠만한 책의 두깨를 뛰어넘을 뿐더러, 백과사전과 맞먹는 엄청난 두깨를 자랑하거든요. 읽는 도중에 중반부에 오면 책이 정확히 두개로 쩍 갈라질 때가 있는데요, 책 틈이 갈라질 것 같은 걱정이 들어 조심조심 읽을 만큼 두껍고 그만큼 속의 내용도 흥미진진합니다. 개인적으로 안개의 계절을 최고의 명작으로 뽑았습니다만, 이 "친절한 그들" 을 읽기 전에 내린 한심한 평가였습니다. "친절한 그들"을 읽고나면 지금까지 작품 중 재미만큼은 가장 뛰어나다 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거든요.
이 작품에서는 차마 말하기가 무서울정도로 매우 재밌고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워낙 거대해서 제가 정확히 이해했나 모를 정도로 시리즈를 전편 다 읽어야지 만이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요, 1권부터 8권까지 엔들리스와 관련이 있거나 드림(모르페우스)와 관련이 있는 케릭터는 모두 출현합니다. 1권에서 드림을 감금시킨 "로더릭 버제스"의 아들 "알렉스 버제스"와 사귀는 관계였던(9권에서 이 사실이 밝혀집니다.) 폴 맥과이어가 알렉스와 같이 등장하고, 로더릭 버제스의 집도 등장하며 카인과 아벨이 등장합니다. 1권에서 잠든 채로 임신한 유니티 킨케이드는 2권에서 중요한 역활을 맡았는데요, 2권에 등장한 주인공 로즈 워커와 유니티 킨케이드, 로즈 워커의 친구들이 9권에 등장합니다. 9권의 중간에는 2권에서 드림과 사랑을 나눈 "나다"도 얼핏 등장하고, 2권의 조연 리타 홀과 다니엘 홀이 9권에서 주인공이 되어 등장합니다. 그 뿐인가요. 코린트인과 뱃사람의 낙원도 보실 수 있습니다. 3권의 한여름밤의 꿈에 등장한 로빈 굿펠로우, 4권의 오딘, 토르, 로키와 더불어 루시퍼, 천사 레미엘과 듀마가 등장합니다. 루시퍼, 레미엘, 듀마의 비중은 좀 작긴 합니다만 오딘, 토르, 로키가 중요한 역활을 맡으며 등장합니다. 8권의 클루라칸과 누알라를 9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엔들리스는 당연 기본적으로 나오구요.
스토리는, 2권으로 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2권의 리타 홀은 죽음에서 돌아와 난폭, 덩어리로 인해 샌드맨이 된 핵터 홀을 만나고, 다니엘 홀이라는 자신의 아들을 출산했는데요, 핵터 홀이 원래 죽었다며 드림이 핵터 홀을 다시 죽은 자의 세계로 보내버리고, 리타 홀에게 "다니엘 홀은 꿈의 아들이다. 그를 잘 보살펴라. 언젠가 데려갈 것이다." 라는 말을 하며 사라집니다. 그 말 덕분에 리타 홀은 어떠한 사회활동도 하지 않고 매일 다니엘 홀을 보고 살았습니다. 어느 순간 드림이 찾아와 다니엘을 데려갈지 몰랐기 때문이죠. 순간 방심한 사이에, 다니엘 홀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합니다. 드림이 가져갔다고 믿은 리타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그녀의 분노는 점차 극심해져 끝내 복수의 대리인인 "친절한 그들"로 향합니다. 리타 홀은 친절한 그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납치한 드림을 죽여달라고 부탁합니다.
한편 드림은 코린트인을 정상적으로 부활시키고, 납치된 다니엘 홀을 까마귀 메튜와 함께 찾으러 다니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곧 이 사건에 로키와 로빈 굿펠로우가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유니티 킨케이드의 임신과 로즈워커 자신의 사건(2권의 스토리)의 비밀을 추적하는 로즈 워커에 의해 여러 사실이 밝혀집니다. 유니티 킨케이드의 비밀을 조사하면서 자연스럽게 1권의 알렉스 버제스와 폴 맥과이어 이야기도 등장하고, 중간에 삼입된 기괴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한편, 친절한 그들은 드림이 가족(자신의 아들 오르페우스)을 죽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리타 홀의 복수 요청을 수락, 꿈결에 있는 모든 세계와 창조물들을 하나 씩 죽이고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친절한 그들의 이름 중 하나는 에우메니데스이며, 주로 근친살해자들에게 저주를 내린다는 무서운 존재들, 엔들리스도 막을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친절한 그들의 복수의 칼날은 점차 드림을 향해 다가오고, 드림은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하며 새로운 계획을 꾸밉니다. 이제껏 일어난 그 어떠한 희생보다 큰 희생이 필요함을 알았던 것이죠.
특히나 이 작품은, 주인공 "드림"을 노리는 여러 무리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진행되므로 점차 읽으면 읽을수록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을 얻을 수 있으며 엔들리스 중 하나인 드림의 엄청난 위기를 직접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드림(모르페우스)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샌드맨의 마니아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 하나의 비밀과 1권부터 8권까지의 각 설정들이 닐 게이먼의 천재적인 실력과 한데 어울러져서 독자의 갖은 희노애락을 짜네고,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라는 긴장감이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몰려오기 때문이죠. 저도 읽으면서 점차 "이러면 안되는데..." 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몇몇 인물들의 죽음과 변화된 설정에 꽤나 큰 충격을 갖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림체의 변경이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그림체가 영 별로더군요. 샌드맨 답지 않게 너무 밝아졌습니다. 내용까지 어두운데다 그림도 1권처럼 어두었으면 분위기가 더 어두워져서 역효과가 나겠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림체가 어두운 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엄청난 최악, 보는데 지장은 아니지만 예전 그림체가 더 낫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별로 와닺는 그림체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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